눈이 엄청 왔습니다. “밤새 50센티’의 눈이 더 올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라는 신문 기사가 눈에 눈처럼 또 내려앉습니다. 시카고에도 눈이 많이 왔고, 고국에도 눈이 많이 온 모양입니다. ‘오는 눈’이란 표현에 눈이갑니다. 왜 온다고 하는것일까? 와도 맞아줄이 없는데 눈은 왜 자꾸만 찾아오는것일까?라고 반문해 봅니다.
아마도 한국 사람은 ‘기다림’에 익숙한 사람들인 모양입니다. 뭐든지 온다고 표현합니다. 비가 온다, 눈이 온다, 겨울이 온다, 여름이 온다, 아침이 온다, 점심때가 온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오는것’은 많은데 ‘받은 사람’은 없는 모양입니다. 아직도 기다리는 사람들뿐이니.
눈이 엄청왔습니다. 올해는 참 많이도 받는 해입니다. 이렇게도 많은 눈을 받았으니 말입니다. 그 많은 눈 받아 뭐해야 할까요? 그것 참… 고민입니다. 실컷 받고도 어디에 쓸지를 모르겠으니 말입니다.
눈이 엄청 왔습니다. 지붕도 덮이고, 앞마당도 덮이고, 뒷마당까지 다 덮여 버렸습니다. 밖에 내다놓은 모든것은 죄다 하얀 눈으로 덮여 버렸습니다. 모든걸 덮고 보니까 약간은 보이는듯합니다. 눈에 가린 세상이 눈속에서 조금씩 보입니다. 세상은 내가 생각했던것만큼 깨뜻하질 못했던게 분명합니다. 햐얀 눈마저 저렇게 검게 만들어 버리니까 말이죠.
눈이 엄청 왔습니다. 길이 미끄럽습니다. 다들 걸음 걸음마다 조심하십시오. 아름다우면서도 미끄럽고, 포근하게 보이면서도 얼음처럼 딱딱한게 눈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