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이 화초 제가 가져가도 돼요?”
“네, 그렇게 하세요.”
친구가 준 화초인데 물을 제때 주지 않아서 거의 반죽음이 된 상태로 말라가는 화초였습니다. 달라는 요청에 안된다고는 하지 못하고 ‘네 그렇게 하세요’하고 선듯 대답해 버립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에는 친구가 준건데…하는 아쉬움도 남고 그러면서도 가지고 있으면 살릴 용기도 실력도 없습니다.
한참 시간이 흘른듯합니다. 화초에 대한 기억도 아스라히 사려져 갈 정도니 흘러간 시간이 얼마나 되었는지도 모를만큼 많이 흘렀습니다.
“목사님, 시간좀 내 주세요. 다음주 중 시간 있으세요?”
“그럼요. 누가 내 달라는 시간인데 안되겠어요? 어디서 만날까요?”
약속장소와 시간이 정해지고, 시간은 흘러서 그 날 그 시가 찾아왔습니다. 약속장소에 나가자 바로 옆에 차를 대시면서 문을 엽니다. 그러면서 ‘목사님 이것 보세요. 기억나세요?’라고 물어보는데 어디서 본듯한 화초가 차 안에 들어 있습니다.
“이게 뭔가요?” “목사님도! 기억 안 나세요?”
그러고보니 오래전 가져가겠다며 달라고 하던 바로 그 화초입니다. 그때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키도 한치나 자라고, 가지도 더 많이 벌어지고 꽃도 여기저기 흐드러지게 피어 있습니다.
“이게…. 그때 그 화초… 아닌가요?” “네 맞아요. 그때 그 화초요.”
하고 반갑게 대답합니다. 그러면서 “목사님 잘 키우세요. 힘들게 살려 놓았거던요”하신다. 빼앗길때는(???) 서운함도 있었지만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감사하며 고마워하며 기쁨으로 드릴걸 그랬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