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부터 새벽빛이 이상하다. 꼭 붙들고 놓치 않는 새벽잠을 간신히 달래며 새벽기도 준비하려면 여지없이 재잘거리며 재롱부리던 새벽 새소리도 잠잠하다. 어두컴컴한게 먹구름이 끼었나하고 새벽하늘 쳐다보면 핏기없는 하늘이 멀겋기만하다. 4시 반즈음이면 뿌여니 밝아지던 하늘이 왠지 게을러진게 분명하다. 이상타싶어 요며칠 주의 깊게 살피는데 책상 한켠에 너저분하게 자리잡고 있던 탁상용 켈린더가 그 비밀을 알려준다. 6월 21일 ‘하지’ 바로 그것이 비밀의 열쇠였던 것이다. ‘하지’-24태양 절기중 10번째 절기로서 하지가 되면 일년중 낯이 제일 길고 밤이 제일 짧다. 6월 21일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하지는 낮이 제일 긴만큼 태양 빛에 달구어진 지구는 본격적으로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반면 하지가 지나면서 빛의 기운은 정점을 벗어나 서서히 쇠퇴해 가는것이다. 이제부터는 날이 가면 갈수록 낮은 짧아지고 밤은 길어질 것이다.
왠지 인생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듯하다. 피부로 느끼기엔 태양이 최고의 정점에 도달한듯하지만 이제는 하향 곡선만을 그리게 되는 그 비밀, 그리고 언젠가는 그 뜨거운 기운은 옛날의 추억이되고 싸늘한 겨울이 기승을 부리게 되는것이다. 세상은 우리들에게 말없이 인생의 비밀을 큰 소리로 일러주고 있는 것이다.
“너는 청년의 때 곧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 나는 아무 낙이 없다고 할 해가 가깝기 전에 너의 창조자를 기억하라.” (전도서 12:1)